여행한 기억을 혼자만의 추억으로 담아두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사진 한 장씩 소개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기를 공개하려고 마음먹은 적은 처음인 듯 하다.
친절한, 그래서 여행 계획 짤 때 도움이 되는 여행기는 아니겠지만
온전히 혼자서 생각했던 꽉 찬 시간을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유럽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이번 여행은, 스웨덴 스톡홀롬에 있는 스웨덴 왕립 예술학교와의 워크샵을 위해 간 것.
워크샵 일정을 중간에 놓고, 파리에 들렀다가 스웨덴에 가서,
북유럽을 아주 잠시 보고 리옹에 있는 친구를 보고 다시 파리에서 아웃하는
보통 동선과는 아주 다르고 별로 효과적이지도 않은; 루트로 다녔다.
갈 때는 나리타에서 상해 푸동공항을 경유해서 파리 샤를드골로 가고,
돌아올 때는 파리 샤를드골에서 베이징 공항을 경유해서 하네다로 들어오는;;
뭐랄까, 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하네다로 들어와서 나에게는 좋은 (응?;) 루트였다.
중국국제항공, 그러니까 에어차이나.
스타 얼라이언스 마일리지가 적립되어 좋았으나, 갈 때는 상해에서 파리까지 모니터 없는 비행기를 타고 갔다.
......
할 말이 많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모두 납득. 다시 간다고 해도 그 가격이라면 에어차이나를 다시 선택할 지도 모르겠다.
상해에 도착하니, 비가 내렸다.

3시간 경유이고, 이번 여행은 하고 있는 일도 다 싸짊어지고 무리해서 간 거라서
상해 공항에 앉아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 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공항이라는 장소가 가진 그 특별함.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하고,
여행의 설렘과 갑작스러운 여행에 대한 불안감, 비지니스의 피곤함,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이것이 우리 도시"임을 뽐내는 듯한 건축물 안에 뒤죽박죽 되어 있는 그 느낌을
이렇게 본격적으로 느껴본 여행은 별로 없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공항에서 지낸 시간이 꽤 길었기에, 더 그렇게 느낀 듯)
대신 상해 공항은 단체 여행객들이 밤비행기를 타고 어딘가 가시는지 매우매우 시끄러웠고
상해 공기를 마셔보고 싶어서 자동문 앞에 섰다가 후욱, 하고 들어오는 매연때문에 얼른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빨리 체크인을 해버리고,
조용히, 플라잇 예정이 없는 게이트 앞에 플러그를 발견하고는
전원탭 라인이 닿을 수 있을 만큼 (그래봤자 제일 가까운 의자였지만) 멀리 가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는 척 하며, 온갖 생각들을 했다.
내가 정말 상해에 있는 걸까, 조금 있으면 파리에 도착하는데 왜 이렇게 실감이 안날까,
도쿄에 있다가 상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파리로 가는 내가,
서울에 있는 그에게는 과연 어떤 느낌인걸까, 같은 상념들.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지만, 아직 시작되지 않은 느낌.
중국에 있지만 중국 느낌이 나는 건 안내방송 뿐인,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묘하게 떨리는 심정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만 가질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하면서.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을 두 번 정도 더 먹었을까,
창문 셔터를 올리니 예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정말, 여행 시작이구나,
그러니까, 매일매일 긴장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낼 수 있는 2주 남짓한 시간이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비행기에서 보는 하늘은 늘 느끼지만 더 예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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